병원에 가는 데에 결심이 필요한 이유는 
현대 의료시스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
시스템에 휘말리면 행동을 제한받기 마련
결국 담배를 끊으라는 둥 단맛 나는 음식을 피하라는 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한 후로 외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집에 갇혀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인터뷰나 회의는 주로 집에서 진행되는 일이 많아 외출이라고는 자전거를 타고 담배를 사러 가는 정도였다. 공중위생 관점에서 감염증은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 것이 기본이므로 나름대로 외부와의 접촉은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감염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감염증은 감염되느냐, 되지 않느냐 둘 중 하나니까. 감염되지 않으려 해도 감염될 때는 된다. 고령이니 감염되면 중증으로 발전
해 사망할 수도 있겠다. 병은 코로나뿐만이 아니었다. 6월에 들어, 다른 병으로 쓰러지게 된 것이다. 웬만해서는 스스로 병원에 가는 일이 없다. 다만 아내가 걱정하니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갈 때는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에 가족에게 괜한 걱정을 끼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태가 꽤 달랐다. 집에서 지내는 생활이 계속되어 ‘코로나 우울’이 왔나 생각도 해봤지만 ‘몸의 소리’는 병원에 가기를 권하는 듯했다. 몸의 소리라는 것은 제 몸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말한다.

26년 만에 도쿄대학병원에서 진찰받다
생사를 헤매다가 속세로 돌아오다

진찰을 받기 위해 의사 선생과 상담했다. 의사 선생은 도쿄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에서 근무하며 암 방사선 치료가 전문인데, 종말기 의료에도 조예가 깊고 책을 함께 쓰기도 했다. 82세 노인이니 큰 병이 있으면 그대로 종말기 의료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잘된 일이다. 또 의사 선생은 저자와 같은 ‘의료계 괴짜’를 대처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도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그 무렵 증상은 1년간 체중이 15킬로그램 감소한 것 외에 컨디션이 좋지 않고 기운이 없으며, 의욕이 나지 않는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이 몸 상태가 이상한 정도였다. 체중이 어째서 10킬로그램이 넘게 줄었는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 도쿄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도쿄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은 25년 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진찰을 받지 않았더라면 자력으로 병원에 가는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진찰일 직전 3일 동안 유난히 졸음이 쏟아져 고양이처럼 내내 잠만 잤기 때문이다.

문진 중에 발음이 분명치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상태
심전도에서 심근경색이 확인되다

심전도는 심장이 박동할 때 흐르는 전기를 파형으로 기록한 것이다. 심전도 한 장에는 12종류의 파형이 기록되는데, 이는 심장을 흐르는 전기를 12방향에서 관찰하기 때문이다. 심전도로는 부정맥을 포함하여 협심증 발작, 심근경색, 심근증 같은 심장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심근경색 위험이 커지므로 요로 선생의 경우 심전도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실제로 이상이 발견되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심전도에 ‘ST 상승’ 파형이 미세하게 나타났다. ST 상승은 심근경색이 발생했음을 나타내는 파형이다. 우관상동맥이 막힌 하벽 심근경색을 의심했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보내는 가장 굵은 혈관으로 우관상동맥과 좌관상동맥이 있다. ‘하벽’은 심장에 있는 우심실과 좌심실 중 좌심실 바닥 부분이다. 이 부분의 관상동맥에 경색, 즉 혈관 막힘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심근경색인지 정확히 판단하려면 혈액 검사가 필요했기에 전화로 혈액 검사 항목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검사 결과, 확실히 심근경색이 발생한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혈액 검사에서 추가로 지시한 사항은 ‘심근 일탈효소’라는 항목이다. 심근의 단백질과 효소가 혈액으로 빠져나가서 심근경색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몇 가지 심근 일탈효소 가운데, 고감도 심근 트로포닌에서 이상 수치가 나타났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으로 혈액이 가지 못하는 심장병이다.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버리면 심장에 효소를 보낼 수 없어 심근 세포가 괴사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