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가정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독하게 종잣돈 모으기를 했습니다.

다시 대박을 꿈꾸며 이번에는 IT벤처업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벤처 거품은 꺼져버리고 제 꿈도 함께 꺼졌습니다. 그동안 조금이나마 모아뒀던 저축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월급 나오는 회사를 다니라’는 와이프의 명령에 다시 증권사 HTS 개발업계로 돌아오고, 그때부터 꾸준히 월급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에 걸친 무모한 도전과 계속되는 실패, 무모하게 도전했으니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무시하고 내 몸 하나만 가지고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무모함 말입니다. 그때부터는 딴 생각 않고 월급을 타면 몽땅 와이프한테 가져다 맡겼습니다. 종잣돈 모으는 과정은 특별히 재밌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냥 단순한 과정일 뿐입니다. 회사 다니고, 한 달 지나면 월급타고, 월급타면 저축하고, 또 회사 다니고…. 그 단순함이 도를 지나쳐서 너무나 지루하고 시간까지 오래 걸립니다. 한두 달 모아서 종잣돈 몇 천이 모이면 좋은데, 1년 내 모아봐야 1,000만 원 모이면 많이 모일까? 너무나 지루하고 너무나 단순해서 종잣돈 모으기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종잣돈을 모으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혼이었습니다.

내가 내 동네를 꾸준히 파면
알짜배기가 나옵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조금은 더 알고 있겠죠? 경매를 할 때도 내가 사는 동네부터 시작하면 조금은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매 물건을 하나 뽑아서 조사를 하는데, 가만 보니까 내가 자주 다니던 목욕탕 옆집이네, 또는 내가 버스 타려고 걸어 다니던 골목길에 있는 집이네, 그럼 훨씬 조사가 쉬워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그 집에 누가 사는지, 임차인인지 집주인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 동네에 처음 오는 사람보다야 내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거구요. 경매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를 할 때도 그 동네 시세를 너무나 빤히 파악하고 있으면, 시세보다 싸게 나온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이 동네를 내가 빤히 아는데 매물로 나온 가격이 싼 건지 비싼 건지 알아볼 수 있으면 투자의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실제로 우리 카페 회원 중 한 명이 전농동의 방 3개짜리 지하 빌라를 낙찰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9,900만 원(제 생각에) 고가 낙찰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이런 지하 빌라를 왜 받으셨나요? 그것도 고가에.” 그 동네가 그 회원께서 대학 시절을 보낸 동네였고, 대부분의 주택이 대학생에게 임대를 주기 위해서 원룸으로 개조되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 물건도 마찬가지로 개조를 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방 3개짜리 빌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독립적인 원룸으로 3채인 거였죠. 각각 하나씩 따로 따로 세를 놓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하나당 전셋값이 최소한 3,000만 원, 저요? 저는 애초에 그 물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12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 간 데 없다?
토끼도 세 굴을 판다.

이런 속담이 있죠? ‘12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 간 데 없다’ 그런데 이런 속담도 있더라고요. ‘토끼도 세 굴을 판다.’ 저는 처음부터 경매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지금껏 경매만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경매로 시작했다가 급매물도 잡고, 수요 예측을 해서 차액도 남기고, 요즘에는 세력을 형성해서 수요와 공급을 직접 창출하기도 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모든 투자는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요, 워런 버핏이 말했죠? ‘연 20% 수익률만 꾸준히 올리면 갑부가 된다’고요. 내가 써먹던 어떤 툴이 현 상황에 맞지 않아서 수익률이 저조해진다 싶으면 또 다른 툴을 찾아 나서고, 그것도 약발이 다했다 싶으면 또 찾고, 그러다 보면 예전에 써먹던 툴이 다시 유용하게 쓰이는 상황이 도래하기도 합니다. 12가지 재주 가진 놈이 너무 잔머리를 굴리다 보면 저녁거리도 해결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우물만 파라’는 말도 있긴 한데, 또 한 우물만 죽어라 파다가 진짜 목말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토끼처럼 굴 세 개 정도는 파 놓는 대비책을 마련하자는 거죠. 투자의 길이 오로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가는 길만이 오직 정도(正道)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세상은 어렵습니다.

경매를 하는 이유
낙찰이 아니라 수익입니다.

경매를 하는 이유는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가 보다 낮은 가격에 사서 현재의 시세에 파는 매우 단순한 논리입니다. 경매란 나 말고도 그 물건에 입찰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매를 배우고 입찰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100명 중에 50명이 입찰에서 떨어지자마자 ‘아~이건 안 되는 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이 나려면 낮게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낙찰이 안 되고, 반대로 높게 쓰면 수익이 안 납니다. 논리적으로 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경매는 돈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경매가 대중화돼서 이제 와서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 역시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제가 2004년에 경매를 배우러 갔는데,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좋은 투자법이 있다니 야호~ 신난다! 나는 이제 대박이다’라고요. 그리고 책 저자가 운영하는 경매학원에 등록을 했어요. 근데, 이게 웬걸 그 경매학원에 등록한 수강생이 100명도 넘고, 강의실에 꽉 차더라고요. ‘그럼 그렇지~! 이게 그렇게 좋은 투자법이라면 사람들이 안할 리가 없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100명과 함께 경매 교육을 받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경매는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될까? 그 과정을 살펴봅시다. 일단 경매 법정은 일반 법정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입찰할 때 보증금을 넣는데, 낙찰을 못 받은 사람들에게는 보증금을 돌려줍니다. 반면, 낙찰자는 따로 불러서 신분증과 영수증을 주는데, 마치 학교 다닐 때 단상에 나가서 상장을 받는 느낌으로 받습니다. “낙찰 받고 통로를 지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기 때문에 뭔가 집중 받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1등한 것 같아서 부러워하죠. 그리고 법정 밖에 나가면 대출업체 아줌마들이 전화번호를 물어보는데, 마치 연예인이 된 느낌도 들어요. 우리가 길거리 지나가다가 누가 전화번호 물어보는 일이 굉장히 드물잖아요. 기분이 참 묘합니다. 그래서 낙찰자를 바라보면서 ‘와~ 부럽다’라는 느낌이 들게 돼요.” 이 때문에 경매를 시작할 때는 ‘돈 벌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나도 낙찰 받아야지’로 목표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낙찰을 받기 위해 입찰금액을 높게 쓰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또한 낙찰을 받아두면 나중에 오를 수도 있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더불어 과감히 수익을 포기하고 ‘낙찰-잔금-명도-매도’까지 경매의 한 사이클을 경험해 볼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