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에너지를 나타내는 ‘기(氣)’

한의학의 기본 개념에는 ‘기’와 ‘음양론’ ‘오행설’이 있다. 먼저 ‘기’라는 말은 ‘기운’ ‘기력’ ‘끈기’ ‘원기’ ‘기분’ 등과 같이 인간의 마음 상태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말에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내 행동에도 ‘기’가 관련되어 있다. 무언가를 하려면 일단 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야한다. 그래야 행동으로 이행할 수 있다. 그 후에는 마음을 다잡고 ‘끈기’있게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기운’이 빠지거나 ‘기력’이 다하면 행동도 멈춘다. 이렇게 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 ‘기’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란 대체 무엇일까? 한의학에서 ‘기’는 인간의 신체에 뿐 아니라 본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 쉽게 말해서 ‘생명 에너지’이며,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원천으로 보는 것이다. ‘기=정신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는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기’는 인간의 정신과 깊은 연관이 있어서 스트레스나 감정의 변화로 ‘기가 침체된다’, ‘기가 병들다’ 등의 상태가 되면 그대로 ‘병’을 일으키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 ‘기’를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가 중요하며 침과 뜸, 한약의 치료 등을 통해 ‘기=생명 에너지’를 정돈하고, 활성화함으로써 치료를 행한다.

한의학은 세 가지 기본 개념으로 인체를 파악한다

첫 번째 개념은 ‘인체란 본디 무엇인가’다.
인간 그 자체는 자연계의 일부이며, 그 영향을 받고 있어서 인체의 구조도 자연계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체개념’이다. 예컨대 따뜻한 공기는 상승하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에 머물 듯이 인체에서도 머리 쪽으로 열이 모이고 하반신은 냉해진다. 또 자연계에 사계절이 있듯이 인간의 몸 상태도 변화한다. 자연계에 있는 것은 모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도 신체도 각 장기가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제1장에서 소개한 음양론, 오행설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두 번째 개념은 ‘인체는 무엇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가’다.
인체의 주요 구성 요소에 ‘기’, ‘혈’, ‘수’라는 세 가지 물질이 있는데, 이들이 체내를 순환함으로써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것을 ‘기혈수론(氣血水論)’이라고 한다.
세 번째 개념은 ‘인체의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다.
인체는 간, 심, 비 등의 ‘장’과 담, 소장, 위 등의 ‘부’를 중심으로 하여 몸 전체를 연결하고 있는 ‘경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이것을 ‘장부경락론’이라고 한다. 이들 기본 개념은 인체에 대해 파악할 때 뿐 아니라 병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하는 데도 상당히 중요하다

‘경락’은 생명 에너지를 전신으로 보내는 통로

경락이란 ‘기·혈’이 지나는 길로, 신체를 세로로 지나는 ‘경맥’과 그 경맥에서 가지처럼 뻗어있는 ‘낙맥’을 말한다. 경락은 신체의 심부에 있는 장부에서 체표부인 피부에 이르기까지 실로 종횡으로 둘러쳐져 있다. 경혈은 그 경락상에 있는 지점으로 기의 출입구이기도 하며 장부의 부조가 초기에 나타나는 곳이다. 경락의 위를 손가락 등으로 눌렀을 때 다른 부분보다 뭉쳐있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지점이 바로 경혈이다. 경혈은 치료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경락상의 ‘기·혈’의 흐름을 좋게 하고 연결되어 있는 장부를 활성화시켜 병을 개선한다. 침구나 안마 등은 이 경혈의 작용을 이용한 치료법이다. 단 침구치료는 어디까지나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기’의 흐름을 개선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므로, 체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져있는 경우는 오히려 더 피곤해질 수 있다. 또 경락이 병사의 침입 경로가 되는 일도 있다. 경맥 가운데 ‘육장육부’에 연결되어 있는 12개의 경맥을 ‘정경십이경맥’이라 한다. 또 장부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십이경맥과 밀접히 연계되어 ‘기·혈’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경팔맥’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임맥’과 ‘독맥’이다. 합해서 총 14개가 주요 경맥이라 할 수 있다. 정경십이경맥에는 음양이 있는데, 장에 연결되는 것이 음경, 부에 연결되는 것이 양경이다. 각각은 말단에서 연결되어 순환한다. 또 손발의 어느 쪽을 지나는가, 어느 장부와 이어져 있는가에 따라 명칭이 정해진다.

‘사람은 왜 병에 걸릴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병에 걸리는 큰 원인으로 다음 네 가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것은 병을 예방함과 동시에 병이 걸렸을 때 체질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체의 설계도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이다.
즉 ‘선천의 기’ 상태가 밑바탕이 되며 이는 바꿀 수 없다. 알레르기체질인데, 어떤 유전적 요인이 있는 가계라면 먼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라는 과정에서 어떠한 ‘후천의 기’를 받아들였는가가 중요하다.
즉 좋은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는 건강한 신체를 만들 수 없다. 특히 설계도가 불충분한 경우 식생활은 더 중요해진다.
셋째, 신체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마음이다.
아무리 건강해도 마음이 건전하지 못하면 신체를 올바르게 컨트롤할 수 없다. 마음의 건전함을 가지는 것도 튼튼한 신체를 만드는 기본의 하나다.
넷째, 건강을 잃었다면 항상 무언가 원인이 있다.
음식물 이외라면 가령 사계절의 변화, 주생활,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인간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병에 걸리는 원인이 명확하면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상의 네 가지 병에 걸리는 요인을 알기 위해서는 병의 예방과 병을 중하게 만들지 않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생활을 보내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자연히 터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