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필기에 나타나는 선생의 말은 듣는 이의 이해력을 감안한 것이 많으므로 일관된 사상을 서술한 것은 아니다. 또 환자에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체계적이지 못하고, 다분히 소박하고 간단하다. 그리고 현대의학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한의학의 학설을 여러 곳에 그대로 노출했다. 이러한 점은 현대의학 상식을 가진 이들에게는 다소 의외일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을 옛것 그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손에 넣어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대의학적인 선입관을 버리고 백지 상태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선생은 한의학을 한의학 그대로 이해하고 응용했다.
[머리말] 중에서

요컨대 선생의 치료는 오장육부의 중추를 조절하여 말초의 질병 또한 낫게 하는 것으로, 국소적인 치료가 아니라 근본치료였다. 중추를 낫게 하면 말초도 자연히 낫는다. 선생은 말초적이고 국소적인 의학에 상대하여 이를 태극요법(太極療法)이라 했다. 말초를 치료하는 데만 힘쓰고 중추의 근원을 잊은 서양의학은 국소적인 소승의 법이며, 선생처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보편의 큰 도리를기초로 한 대승의 법이다. 선생은 이것을 《대승법화경(大乘法華經)》의 ‘일념삼천(一念三千)과 십이인연(十二因緣)’의 이치에 기반을 둔 태극요법이라 했다.
[태극요법] 중에서

“종래의 혈은 무릎의 바로 위 2촌인 곳이나, 동인형(銅人形)에 따르면 슬관절 바깥쪽 각을 따라 올라가 2촌인 곳이다. 그리고 동인형이 옳다. 양구(梁丘)는 위경련을 멎게 하는 묘혈이다. 그렇지만 장기간 뜸을 뜨면 변비를 일으킬 염려가 있다. 변비를 일으키면 심경의 신문(神門)에 뜸을 떠야 된다.”
[양구梁丘] 중에서

등에 솜털이 많은 부인이 왔다.
“아가씨들 중 체질이 약한 사람은 피부에 솜털이 많습니다. 이것은 하초의 기가 부족한 탓으로, 피부의 영양이 부족하여 피부가 추운 겁니다. 그래서 피부를 방호하기 위하여 털이 납니다. 털은 피부에 속하고 피부는 폐에 속하므로, 약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폐가 털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지와 중완에서 하초의 기를 보(補)하면 자연히 솜털이 없어져 피부가 윤택해집니다. 이것은 하초의 기가 충실해져 피부의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털이 방호할 필요가 없어져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피부가 튼튼해지면 폐도 동시에 튼튼해집니다.”
이렇게 말하며 뜸을 떴는데, 혈은 다음과 같다.
신주(身柱), 노수(臑兪), 심수(心兪), 비수(脾兪), 신수(腎兪), 차료(次髎), 중완(中脘), 좌양지(左陽池), 곡지(曲池), 족삼리(足三里), 태계(太谿).
이 부인은 얼굴이 붉지 않고 황백색이었는데, 심수에 뜸을 놓았다. 빈혈성인 사람,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도 심수에 뜸을 뜨는 것일까? 또한 심수에 뜨는 사람 가운데에는 노수에 뜨는 사람이 많다. 심과 소장은 표리관계고, 노수는 소장경의 혈이기 때문에 심수와 노수는 연관관계가 있다.
[솜털] 중에서

불임증인 여성이었는데, 자궁좌굴로 외과수술을 받고서 피부가 검어지고 머리카락이 붉게 변색되었다. 이에 선생이 말했다.
“수술 중에 신장이 상했습니다. 흑은 신장의 색입니다. 신장을 치료하면 검은 피부색이 밝아지고 붉은 머리카락이 검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몸이 따뜻해져서 아이가 생깁니다. 서두르지 말고 몸을 건강하게 한 다음에 아기를 갖도록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진찰을 하고 다음 혈에 뜸을 떴다.
신주(身柱), 노수(臑兪), 심수(心兪), 비수(脾兪), 신수(腎兪), 차료(次髎), 중완(中脘), 좌양지(左陽池), 곡지(曲池), 족삼리(足三里), 곡천(曲泉), 태계(太谿).
[신장腎臟과 발모] 중에서

풍사는 풍문(風門)으로 침입해 제1행을 따라 격수(膈兪)로 들어가고, 다시 간수ㆍ비수ㆍ신수로 들어갔다가, 배로 나와서 활육문(滑肉門)에 나타난다. 이때 도도(陶道)에 침을 8분 깊이로 찌르면 독맥 또는 제1행을 통하여 격(膈, 횡격막)에 영향을 준다. 격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데, 이로써 풍사가 격수로 들어가 간수, 비수, 신수로 옮겨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풍문(風門) → 격수(膈兪) → 간수(肝兪) → 비수(脾兪) → 신수(腎兪) → 활육문(滑肉門)→ 천추(天樞)→ 대거(大巨) → 기문(期門) → 심(心) → 폐(肺)
[풍사(風邪)가 들어가는 순서] 중에서